1. 코스피 7,384 폭등, 곱버스는 동전주
코스피가 7,384를 찍었습니다. 단 하루에 6.45% 폭등이었고요.
같은 날, 같은 시각,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흔히 '곱버스'라 불리는 종목인데요.
하루에 -15.79%, 종가 128원. 동전주가 됐습니다.
7천피 돌파 축제 한복판에서, 비명 소리가 같이 터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2. 1억이 600만 원, -94%의 체감
근데 충격은 하루치가 아닙니다. KODEX 곱버스의 52주 최고가는 2,160원이었거든요. 지금 128원. 정확히 -94%입니다.
1억 원을 1년 전 이 종목에 넣었다면, 지금 통장에 남은 건 약 600만 원입니다. 9,400만 원이 1년 만에 증발한 셈이에요.
3. 이미 죽은 종목들 — 상폐 데이터
"설마 그렇게까지?" 싶으시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 4월 29일, 인버스 2X 계열 ETN 4종이 동시에 상장폐지됐습니다. 삼성, 미래에셋, KB, 신한 — 대형 증권사 4곳의 상품이 같은 날 청산된 거고요.
ETN(상장지수증권), 쉽게 말하면 ETF랑 비슷한 인덱스 추종 상품인데, 발행 증권사가 약속한 수익률을 주는 구조입니다. 가치가 너무 떨어지면 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폐됩니다.
ETF 쪽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KIWOOM, PLUS, RISE 인버스 2X — 이 3종은 현재 순자산이 각각 23억, 18억, 45억 원입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50억 원 미만 + 1년 경과 시 상폐 대상이거든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셈이에요.
4. 그럼에도 5,299억 순매수 1위
여기서 진짜 이상한 일이 시작됩니다.
이만큼 망했고, 이미 4종이 휴지 조각이 됐고, 3종은 상폐 카운트다운인데도 — 지난 한 달 동안 KODEX 곱버스에는 5,299억 원이 순매수됐습니다. 개인 ETF 순매수 1위. 5월 4일 하루에만 238억 원이 들어갔고요.
매일 평균 250억 원씩, 주가가 반토막 난 종목에 개미 자금이 줄을 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개미가 또 당했네, 한심하다" 싶으실 수 있는데요. 비웃자고 가져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글의 진짜 주제는 따로 있거든요. 왜 사람들은 이렇게 명백한 손실 신호를 보면서도 같은 자리에 또 돈을 넣는가. 여기에 답하는 게 본 글의 목적입니다.
5. 심리 함정 ① — 확증 편향
표면 이유부터 풀어봅니다.
첫 번째는 확증 편향입니다. 쉽게 말하면 "내 판단이 맞다"고 믿고 그것만 보는 심리예요.
코스피 5,000이 돌파됐을 때, 시장에 "거품이다, 곧 빠진다"는 외침이 가득했습니다. 6,000을 넘었을 때도 똑같았고요. 그리고 어제 7,400까지 왔습니다.
5천도 거품이라 했고, 6천도 거품이라 했는데, 7,400이 됐습니다.
문제는 거품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그 판단에 맞춰 행동했다는 점이에요. 인버스 매수, 곱버스 매수, 현금화. "내가 맞다"는 확신이 들면, 그 확신을 강화하는 뉴스만 눈에 들어옵니다. 반대 신호는 무시되고요.
6. 심리 함정 ② — 매몰비용 오류
두 번째는 매몰비용 오류입니다.
이미 50% 빠진 자리에서 곱버스를 들고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지금 팔면 손실 확정, 본전이라도 와야 판다" — 이런 생각, 자연스럽게 듭니다.
근데 이게 함정이거든요. 매도 결정의 기준은 '내가 산 가격'이 아니라 '지금부터 6개월 뒤 이 종목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여야 합니다. 매수 가격은 이미 과거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가 5번 반복되고, 50%가 70%가 되고, 70%가 -94%가 됩니다. 1억이 600만 원이 되는 건 한 번에 일어나지 않거든요. 이런 식으로 천천히 일어납니다.
여기서 무서운 건요, 이 두 심리는 곱버스 보유자한테만 작동하는 게 아닙니다. 떨어지는 종목 못 파는 분, "조금만 더"를 외치다 반토막 난 분 — 같은 메커니즘이에요. 곱버스는 그 끝판왕일 뿐입니다.
7. 구조적 함정 — 음의 복리
그런데 곱버스에는 다른 종목에는 없는 구조적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음의 복리'라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지수가 100에서 80으로 빠졌다가, 다시 100으로 돌아왔다고 해볼게요. 일반 종목은 본전이거든요.
근데 곱버스, 즉 2배 인버스는 다릅니다.
지수가 -20%일 때 곱버스는 +40%가 돼서 140이 됩니다.
지수가 다시 +25%(80→100) 오르면 곱버스는 -50%가 돼서 70이 됩니다.
시작 100, 끝 70. -30%입니다. 지수는 본전인데 곱버스는 30% 손실이에요.
가만히 횡보만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녹는 구조거든요. 이게 곱버스의 진짜 위험입니다. 일반 종목은 "내가 산 가격까지 오면 본전"이지만, 곱버스는 내가 산 가격에 와도 손해입니다. 시간이 무조건 적입니다.
8. 외국인 3.1조 vs 개인 5,299억
같은 한 달, 같은 시장에서 다른 쪽 풍경도 한번 보시죠.
5월 6일 하루에만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1조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에 따르면 이 중 96%가 반도체였고요. 같은 날 개인은 5,782억 원 순매도였습니다.
외국인은 한 달 내내 반도체에 베팅했고, 개인은 그 옆에서 5,299억 원을 곱버스에 부었습니다. 누가 맞고 있는지는 결과가 답하고 있는 셈이에요.
물론 외국인이라고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적정 코스피를 8,100으로 본다는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 같은 시각도 있고, "이 정도면 진짜 거품"이라는 반대 시각도 분명 있고요.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따로 풀어볼 예정이에요.
핵심은 거품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내 판단이 거품이다"라는 것과 "그 판단에 내 자산을 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9. 본래 용도와 자문해볼 세 가지
정리하겠습니다.
곱버스 같은 레버리지 인버스 ETF/ETN은 본래 단기 헤지용 상품입니다. 보유 자산의 일시적 하락 위험을 며칠 단위로 상쇄하는 도구지, 장기 보유로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 아니거든요. 자산운용사 약관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94%까지 빠진 상태에서 한 달 5,299억이 들어왔다는 건,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신호예요.
만약 지금 보유 중이시라면, 자문해볼 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매수 목적이 '단기 헤지'였는지 '하락 베팅'이었는지.
둘째, 매도 판단을 '지금부터 6개월 전망'으로 하고 있는지, '본전 회복'으로 하고 있는지.
셋째, 음의 복리 구조를 알고 산 건지.
다음 글에서는 7천피를 만든 외국인 1조 폭격의 정체와, 8천피·9천피 전망까지 나온 적정 가격 논리를 풀어보겠습니다. 거품인가, 아직 멀었나 — 데이터로 한번 보시죠.
여러분은 지금 시장을 거품으로 보고 계신가요, 아니면 아직 더 갈 자리로 보고 계신가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시면 다음 글에 반영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본 글은 정보 전달과 시장 해석을 목적으로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곱버스가 정확히 뭔가요?
KODEX 200선물인버스2X 같은 2배 인버스 ETF를 흔히 '곱버스'라 부릅니다. 본래는 보유 자산의 일시적 하락 위험을 며칠 단위로 상쇄하는 단기 헤지용 상품으로, 장기 보유로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Q2. "설마 상장폐지까지 가겠어?" 정말 가능한가요?
이미 일어났습니다. 지난 4월 29일 인버스 2X 계열 ETN 4종(삼성, 미래에셋, KB, 신한)이 동시에 상장폐지됐고, ETF 중에서도 KIWOOM·PLUS·RISE 인버스 2X 3종은 순자산이 각각 23억, 18억, 45억 원으로 한국거래소 규정(50억 원 미만 + 1년 경과 시 상폐 대상)에 걸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상태입니다.
Q3. 음의 복리가 뭔가요? 왜 위험한가요?
지수가 100에서 80으로 빠졌다 다시 100으로 돌아오면 일반 종목은 본전이지만, 2배 인버스인 곱버스는 시작 100이 끝 70이 돼서 -30%가 됩니다. 지수가 횡보만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녹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 종목과 달리 "내가 산 가격에 와도 손해"가 발생합니다.
Q4. -94%까지 빠졌는데 왜 개미들은 또 사는 걸까요?
본문에서는 두 가지 심리를 짚습니다. 첫째 확증 편향 — "내가 맞다"는 확신이 들면 그 확신을 강화하는 뉴스만 눈에 들어오고 반대 신호는 무시됩니다. 둘째 매몰비용 오류 — "지금 팔면 손실 확정, 본전이라도 와야 판다"는 생각에 매도 기준을 '내가 산 가격'에 두게 됩니다. 본래 기준은 '지금부터 6개월 뒤 이 종목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여야 합니다.
Q5. 지금 곱버스를 보유 중이라면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요?
본문은 세 가지를 자문하라고 합니다. 첫째 매수 목적이 '단기 헤지'였는지 '하락 베팅'이었는지, 둘째 매도 판단을 '지금부터 6개월 전망'으로 하고 있는지 '본전 회복'으로 하고 있는지, 셋째 음의 복리 구조를 알고 산 건지입니다.